클라삥's notes: 자작팬픽에 대한 설명을 쓰려니 참 어색하네요. 대충 다음 편으로 끝이 날 듯 하고 등급은 PG-13 정도...아, 커플링은 형제물이구요. 에, 그러니까...샘이 딘의 동생이 아니라 교차로 악마라는 설정입니다. 요즘 충동적으로 뭔가 하고 싶어서 설정만 잡아놓고 즉흥적으로 쓰는 거라서 참...거시기합니다. 다음 편은 나중에 또 쓰면...^^;;;
[SPN] Out of Crossroad 1/2
그는 딘이 지금껏 만나 본 사람들 중에서 가장 키가 컸다. 마치 티비에 나오는 농구선수를 실제로 보는 느낌이었다. 딘은 턱을 하늘로 치켜 올려야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는 양미간을 찌푸리고 어렴풋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왠지 난감해하는 표정이었다.
“안녕, 딘.”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전혀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딘을 아는 것처럼 친근함이 담겨 있었다. 딘은 여전히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용기있게 말했다.
“당신이 교차로 악마인가요?”
그는 딘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은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준다고 들었어요. 사실인가요?”
“누구한테 그런 말을 들었니? 부모님? 아니면 책에서 읽었어?” 딘은 그가 자신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다른 질문을 하자 짜증이 났다. “우리 아버지의 노트에서 봤어요. 정말 소원을 들어주는 건가요?”
“그건 네 대답에 달렸지. 어떤 소원을 빌고 싶은거니?”
“테일러 자식을 혼내주고 싶어요.” 딘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테일러의 얼굴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가 갈렸다.
“어째서?” 그는 서서히 무릎을 굽히고 앉아 딘과 시선을 맞추었다.
“그 자식이 우리 엄마를 욕했어요. 돌아가신 우리 엄마를. 그 자리에서 테일러를 묵사발로 만들 수도 있었지만 아버지 명령 때문에 참았어요.”
그는 또 다시 말없이 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침묵이 길어지자 딘은 못하겠으면 그냥 관두라고 말하려고 했다. 막 입을 열려고 하는데 그가 손을 들어 딘의 왼쪽 팔뚝을 붙잡았다. 힘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지만 딘은 하려던 말을 삼키고 입을 다물었다.
“네가 잘못알고 있는게 있어, 딘. 나는 소원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야.” 그의 말에 딘은 마침내 참고 있던 인내심이 바닥이 났다.
“이럴 줄 알았어! 빌어먹을!” 애초에 아버지의 노트에 적힌 말 따위를 믿는게 아니었다. 교차로 악마라느니,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준다느니 하는 말들은 전부 거짓이었다. 재료를 준비하느라 고생했던 일이 헛수고로 돌아가자 딘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4살 때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절대로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5년이 지난 지금 참아왔던 감정이 복받쳐왔다.
“딘, 거래라는게 뭔지 아니?”
딘은 그의 물음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든 아무 것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딘의 허탈한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그는 딘의 등 뒤로 긴 팔을 감싸고 천천히 끌어안았다. 평소의 딘이라면 낯선 이의 접근을 거부했을테지만 벌써부터 코끝이 찡해왔고 초겨울의 밤바람에 온 몸이 떨려왔다. 딘은 그의 커다란 몸에서 피어오르는 체온을 받아들였다. 너무 따뜻해서 마치 타오르는 모닥불 옆에 있다가 온 사람같았다. 이상하게도 갑자기 희미하게 유황 냄새가 나는 듯 했다.
“너는 너무 어려. 솔직히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나도 놀라울 정도야.”
“내가 어려서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다는 소린가요?”
“그보다는...네가 치러야 할 대가에 비해 네 소원이 너무...쉽다고 해야겠지.”
“그게 무슨 말이죠?”
그의 얼굴에 슬픈 표정이 떠올랐다. 그러더니 다시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는 딘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말했다. “나와 약속을 하자, 딘. 다시는. 앞으로 다시는 오늘 밤과 같은 일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겠니?”
“하지만...”
“네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아버지가 아주 슬퍼하실거야.”
딘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노트를 본 일, 오늘 이곳에 온 일, 전부를 아버지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고 덜컥 겁이 났다. 딘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는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났고 조금씩 천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를 따라 온기가 서서히 딘에게서 멀어져 갔다.
“약속은 꼭 지켜야 해. 알았지?”
“지...지킬게요.”
이제 그의 모습은 칠흑같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뒤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무도 풀도 보이지 않았다. 새까만 천막을 배경으로 깔아놓은 듯했다.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 딘.” 그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딘은 잠시 동안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곧 눈을 깜박이고 작게 숨을 뱉어낸 딘은 그가 사라진 곳을 확인해 보았다. 어느 새 어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공터가 드러났다.
딘은 집으로 돌아가면서 오늘 밤에 있었던 일을 떠올려 보았다. 처음에는 램프의 지니를 불러내는 것처럼 기대에 차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마치 꿈을 꾼 듯 했다. 딘은 아버지가 평소보다 더 늦게 귀가하기를 속으로 빌었다.
그가 붙잡고 있던 팔에서는 여전히 희미한 유황 냄새가 났다.
+ + +
딘 윈체스터는 9살 때 처음으로 교차로 악마를 불러냈다. 학교에서 그를 놀렸던 테일러를 혼내주기 위해서였다. 교차로 악마를 만나고 난 다음 날, 딘은 처음으로 도서관을 찾아갔다. 그리고 일주일이 걸려서야 겨우 교차로 악마에 대한 언급이 나온 책을 찾아냈다. 도서관 사서는 딘의 얼굴과 그가 고른 책제목을 번갈아 가며 보더니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하지만 딘이 책을 집으로 가져오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책에는 많은 말이 쓰여 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딘이 원하는 대부분의 내용은 나와 있었다. 교차로 악마에 대해서, 거래에 대해서. 딘은 모든 단어를 꼼꼼히 다 읽어보았다. 마침내 사실을 알게 되자 그는 두꺼운 책장을 덮고 멀리 치워버렸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저녁 식사시간이 될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
+ + +
2년이 지나자 그 때의 두려움은 조금 사라졌다. 그리고 대신 호기심이 자리잡았다. 이번에는 누군가를 혼내주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그 날 밤 자신이 만났던 악마가 진짜였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는 책에 나온 악마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어쩌면 그는 딘처럼 평범한 사람일지도, 딘의 바보같은 모습을 보고 속으로는 웃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땅에 상자를 묻고 그 위를 흙으로 덮자마자 등 뒤에서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딘은 손에 묻은 흙을 털어내는 것을 잊고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돌았다. 2년 전의 기억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역시 꿈이 아니었어.”
그는 그 때와 거의 달라진 것이 없었다. 아니, 머리카락이 조금 더 길어졌나? 하지만 표정은 차가웠다. 처음과 달리 이번에 그는 미소를 짓지 않았다.
“딘. 우리 약속했잖아.”
“나쁜 뜻은 아니었어요. 그냥 확인해보고 싶어서...”
“그래서 다시 악마를 불러낸 거야? 그저 호기심에?”
딘이 대답을 찾고 사이, 유황 냄새와 함께 어느 새 그가 딘의 코앞에 와 있었다. 그는 딘을 내려다보며 손을 들어 그의 뺨에 갖다 댔다. 손가락 끝이 뺨에 닿자 체온보다 더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네가 교차로 악마를 부르는 걸 알아채자마자 가장 먼저 이곳에 나타나야 했어, 딘. 어째서 이런 바보같은 짓을 하는거니?”
“이번에는, 이번에는 누굴 혼내주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예요.”
딘의 말에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약속을 했잖아. 그럼 지켜야지.”
“거래같은걸 하려는게 아니라구요. 나도 교차로 악마에 대해서 알아요. 책에서 읽었으니까.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거예요.”
그는 한숨을 쉬더니 등을 돌리고 몇 발자국 걸어갔다. 한 순간 딘은 그가 그대로 돌아가려는건 아닐까 걱정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딘을 바라보고 말했다. “넌 네가 하는 일의 위험성을 모르고 있어, 딘.”
딘은 바보가 아니었다. 가끔 집에 찾아오는 바비가 바보라고 부르긴 하지만 어차피 바비는 주변 사람들한테 다 그런 식으로 말했다. 딘은 바보취급 당하는 것이 싫었다.
“난 거래도 하지 않을거고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을 거예요. 그럼 당신이 날 해칠 수도 없겠죠.”
“난 널 해치지 않아. 그런데 다른 악마들은 어떨까?”
다른 악마라니? 딘은 교차로 악마를 불러냈고 그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다른 악마가 이곳에 올 이유는 없었다. 딘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그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난 그들 중에 하나일 뿐이야, 딘.”
딘은 그 말이 금방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곧 고민하는걸 그만두고 다른 질문을 생각해보았다. 악마를 다시 불러내면 묻고 싶었던 질문들을. 왜 악마가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건지, 문도 없는데 대체 어디에서 나타나는 건지 등등. 하지만 그는 딘이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등을 돌려 성큼성큼 가기 시작했다. 지난번과 달리 작별인사도 하지 않고서.
“이, 이름이 뭐죠?! 당신도 이름을 갖고 있나요?” 딘은 급한 마음에 무작정 물었다.
그는 잠시 아무 말도 않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건 왜 묻지?”
“그냥, 두 번이나 만난 악마의 이름은 알고 싶어서요.” 딘은 어깨를 으쓱하고 턱을 약간 위로 들어 미소지었다. 딘이 이런 행동을 할 때마다 어른들은 건방져 보인다며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쨌든 딘은 중압감을 느낄수록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오히려 강한 척했다. 물론 자신의 아버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지만. 그리고 지금도 딘은 자신의 행동이 조금 후회가 됐다.
하지만 그는 딘의 물음이 정말 의외라는 듯 놀란 표정이었다. 딘은 혹시 그가 악마라서 이름이 없는 걸까 궁금해졌다. 11살인 딘의 마음은 금방 주인없는 개를 데려다가 자신이 직접 이름을 붙여주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안타깝게도 딘의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샘. 내가 사용하고 있는 이 인간의 이름이야.”
그 말을 끝으로 그가 떠나자 딘은 다시 공터에 홀로 남았다.
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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