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질투
오늘은 소이어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건들거리며 나를 찾아왔다. 나는 그가 오고 있다는걸 진작에 눈치채고 있었지만 고개를 숙이고 약들을 챙기는 척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앞에서 멈춰선 그가 밟은 나뭇잎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드는 시늉을 했다. 소이어는 히죽웃으며 말했다.
"여, 의사양반. 지난번에는 고마웠어. 다행히 돌팔이는 아니더군."
"별말씀을. 사실 난 안경패치...쿨럭! 아무튼 더이상 두통은 없는거지?"
"그래, 사이드가 만들어준 이 안경덕에 말야."
그는 으쓱하며 양쪽 색깔이 짝짝이인 안경을 손으로 밀어올렸다. 저런 싸구려 안경따위...만약 여기에 충분한 장비만 있었다면 나는
훨씬 더 좋은 렌즈와 고급 안경테를 만들어 줄수 있는데! 게다가 안경덕이라니, 안경덕이라니! 눈때문에 생긴 두통이라는걸 알아낸건
나란 말이다~!!!! 나한테 좀 더 관심을 가져!!!
"그럼 또 아픈사람들 찾아서 열심히 고쳐주라구. 어쨌든 우리한테는 단 하나뿐인 소중한 의사양반이니까 말야."
"그러도록 하지."
나는 '원한다면 네 주치의가 되줄수도 있는데' 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는 어느새 저만치 가버리고 있었다. 다음에는 그가 자고 있는 숙소에 나만 치료해 줄수 있는 바이러스를 몰래 가져가야 겠다.
<2> 야망
오후, 바닷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올때 쯤 소이어는 여전히 해변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지난번 안경덕분에 더이상 두통없이 책을
읽을수 있어서 한결 기분이 좋아진 그였다. 그때 저만치 정글안에서 잭이 해변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병원용
차트대신처럼 사용하고 있는 메모장이 들려있었다.
"소이어, 잠깐 얘기 좀 할 수있을까?"
소이어는 뭔가에 집중하고 있을때 남에게 방해받는 것이 싫었다. 남들만큼의 배려심이나 인내심이 부족한 그는 잭의 얼굴은 처다보지도 않은채 말했다.
"또 누가 물건이 없어졌다고 하던가? 그래서 날 의심하고 있는거겠지?"
"유감이지만 그런게 아니야."
"그럼 의사양반이 나한테 무슨 볼일이지?"
팔랑하고 책장이 넘어갔고 소이어의 시선은 책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지금은 그다지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분위기였다. 잭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번에 두통때문에 왔을 때 내가 몇가지 질문했던거 기억나?"
"아니, 난 기억력이 나쁘거든, 의사양반."
분명 알고 있으면서 빈정대고 있는거다. 잭은 그런 소이어의 태도에 그다지 토를 달고 싶지는 않았다.
"그때 난 네게 매춘부와 잔 경험이 있냐고 물었어."
"그랬던것 같군. 그래서 그게 어쨌는데?"
"그리고 성병에 걸린 적이 있냐고 물었지."
의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말이겠지만 소이어를 비롯한 일반인들에게 그런 질문은 꽤나 신경을 건드리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책에서 눈을 뗀 소이어의 인상은 상당히 험악해져 있었다.
"네 반응은 상당히 알기 쉬워서 좋아, 소이어. 그땐 그냥 넘어갔지만 의사로써 가만히 있을수가 없더군. 나한텐 네 두통보다 그 병이 더 신경쓰이거든. 알다시피 그건 감염..."
"이 돌팔이가..."
"만약 네가 건강하다고 자신한다면 검사를 받아보는게 제일 확실하지 않겠어?"
소이어는 성질같아선 잭의 면상을 한대 후려치고 싶었지만 지난번 두통이 심했을때 신세진것도 있어서 있는힘을 다해 참기로 했다.
그리고 솔직히 그 병이 신경쓰이긴 했기 때문에 저쪽에서 먼저 물어왔을때 응해주는것도 나쁘진 않을것 같았다. 그는 바닥에서
일어나며 손으로 모래를 두어번 툭툭 털어냈다.
"좋아, 그딴 검사 받으면 될거 아냐? 하지만 의사양반, 비밀은 지켜주는 거겠지? 특히 케이트에게 나불댄다면 가만두지 않겠어."
"물론이야. 그 약속은 남자 대 남자로써 보장하지."
"그럼 이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검사는 어떤 식으로 하는거지?"
소이어의 순진한 질문에 잭은 오른손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우선은 직장검사부터,"
그날 소이어는 잭을 피해 정글과 해변 사이를 뛰어다녔다. 그걸 본 다른 사람들은 무슨 이유에선지 얼굴이 새파래진 소이어가 전력을
다해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소이어의 뒤에선 반대로 상기된 얼굴의 잭이 눈을 반짝이며 쫓아가고 있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