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자머리는 정말 그리기 쉽다.
컴데스크 위를 치우기가 귀찮아서 그냥 타블렛을 손에 들고
그렸는데 생각외로 편했다. 완전 초기 모델의 구라파이어지만 그래도
작아서 휴대하기는 좋다. (타블렛은 휴대하라고 있는건 아니지만)

감자머리는 정말 그리기 쉽다.
컴데스크 위를 치우기가 귀찮아서 그냥 타블렛을 손에 들고
그렸는데 생각외로 편했다. 완전 초기 모델의 구라파이어지만 그래도
작아서 휴대하기는 좋다. (타블렛은 휴대하라고 있는건 아니지만)

연습장에 끄적거리던걸 스캔떠서 포토샵으로 컬러링 했음.
[닥터 후] The Morning After The Night Before
Chapter Two : Dawn Breaks (b)
로즈와 닥터는 웃음을 터뜨렸고 심지어 잭키까지도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잭 역시 웃음을 터뜨리려고 했지만 폐가 도움을 주지 않아 대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알아차린 로즈가 재빨리 그에게로 와서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그들은 천천히 계단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잭키도 그 뒤를 따랐다.
“안 갈거예요, 닥터?” 로즈가 부르자 잭은 고개를 돌려서 닥터를 보았다. 지금 그는 건물 옆에 여전히 떠있는 외계인의 우주선을 살펴보고 있었다.
“뒷정리 좀 하고 갈게,” 닥터는 대답했다. “이런 걸 여기 두고 갈 수는 없잖아, 안 그래? 누군가 꼬치꼬치 물어올 수도 있어. 이따가 보자구.”
* * *
두 시간 뒤, 잭은 조종실에 앉아 두 발을 계기판 위에 올려두고 있었다. 닥터가 타디스의 문을 통해 들어오자 그는 쾌활하게 휘파람 소리를 냈다.
“그래, 다 정리가 된 건가요?” 잭이 물어왔다.
“응,” 닥터는 대답했다.
“외계인 우주선은요? 어떻게 했어요?”
“아, 그 우주선에도 확장 회로가 설치되어 있더군. 그 녀석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내부가 약간 늘어날 수가 있어. 타디스랑 꽤 비슷하지, 사실, 훨씬 덜 정교하지만.”
“그러니까 어떻게 했는데요? 설마 런던의 주거지역 위에 떠있도록 놔두고 온건 아니겠죠?”
“글쎄, 내부가 확장된다면, 또한 축소될 수도 있단 소리지,” 닥터는 설명했다. “그래서 존재 자체가 사라질 때까지 줄어들게 만들었어. 즉 그 말은 외부도 사라진다는 거야. 결국에 내부가 없는 외부란게 있을 수 있겠나,”
“아뇨, 없겠지요,” 잭은 대답했다. 언제나와 같이, 닥터의 설명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닥터와 있으려면 그냥 말하는 대로 받아듣고 질문은 너무 많이 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 아까 거기서 자네가 한 행동이 정확히 뭐라고 생각하지?”
또 한 번, 잭은 닥터의 갑작스런 화제 전환에 중심을 잃었다. “아까 거기라니요?” 그는 물었다. 비록 닥터가 뭘 언급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닥터는 잭에게 자신이 뭘 말하고 있는지 그도 충분히 알고 있지 않냐는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요, 전 당신을 구하려고 했었어요!” 잭이 조금 짜증을 내면서 소리쳤다. “억울하면 절 고소하시라구요. 그게 그 정도로 당신에게 문제가 된다면 다음에는 상관 안할테니까!”
“하지만 왜지?” 잭은 닥터가 정말로 그 이유를 모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당연히 당신이 죽는 게 싫으니까요!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이 어디 있어요!”
“하지만 왜 내가 죽는 게 싫은 거야?” 그리고 순간적으로, 아주 잠시 동안, 닥터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이 보였고 잭은 자신이 함정에 걸려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거야...그러니까...왜냐하면...왜냐하면 당신을 좋아하니까요, 됐나요!” 그는 퉁명스럽게 버럭 말했다.
“정말?” 닥터는 신기한 듯이 물었다.
“그래요, 정말이요!”
“알았네, 알았어, 화낼 필요까지는 없잖나. 난 그냥 확인해 본건데. 어쨌든, 해봤자 소용없는 키스를 하고 싶지는 않거든.”
“무슨...” 잭은 입을 열었지만 닥터의 입술이 덥쳐 오는 바람에 말할 수가 없었다. 키스는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잭은 키스를 좀 더 오래 계속하고 싶었지만 뭔가의 해답을 바라는 성가신 작은 목소리가 마음 속 뒤편에서 들려왔다. 조금 싫은 듯이, 그는 닥터로부터 떨어졌다. 닥터는 다시 그 거리를 좁혀왔지만 잭은 손을 들어 닥터의 앞을 막았다.
“잠깐 만요,” 잭이 말했다. “이번에는 그렇게 쉽게 안될거예요,” 그는 이어갔다. “키스 한번으로 당신이 했던 말이 사라지진 않아요, 지금 이게 무슨 뜻인지 설명해 보세요. 지금 이 상황이 뭘 말하는 건지 알고 싶어요, 닥터. 그걸 알기 전까지는 키스고 뭐고 더 이상 안할테니까.”
닥터는 한숨을 쉬었고 조금 난처한 듯 했다. 그러더니 결국엔 잭은 충분히 설명을 들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결심한 듯 보였다. 잭으로부터 떨어져서 그는 마치 의지하듯 계기판에 기댔다.
“알았네, 우선은, 미안해,” 그는 말을 시작했다. “이 말은 벌써 들었겠지만, 나는 진심으로 사과하는 거라네. 자네에 대해 내가 했던 말은 내가 생각하고 있던게 아니야. 나도 자네가 훨씬 괜찮은 사람이라는걸 알아. 단지 그걸 인정하기가 어려웠을 뿐이지. 이해해주게, 캡틴 잭 하크니스, 난 자네보다 더 오래 살았어. 자네가 상상하고 싶지도 않을 것들을 보아왔네. 난 내가 살던 곳이 파괴되는 것도 봤고 그게 내 잘못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 모두가 사라지고 난 후에 나는 완전히 혼자가 되겠지.”
“그치만 당신은 혼자가 아니예요,” 잭이 끼어들었다. “저도 있고 로즈도 있잖아요.” 잭은 그가 닥터의 눈 속에서 본 무한한 슬픔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공포를 말하고 있었다. 누구든지 생각할 수 있는, 캡틴 잭 하크니스를 혼자 두는 일 이상의 공포를 말이다.
“하지만 내 삶의 일부는 언제나 혼자일거야, 잭,” 닥터는 대답했다. “자네와 로즈가 늘 이곳에 있을 수는 없으니까. 자네들은 인간이야. 영원히 살 수가 없지.”
“그럴지도 몰라요,” 잭은 그 말을 인정했다. “하지만 지금 갑자기 사라지려고 한게 아니었어요. 잠깐 이 부근에 있다가 오려고 생각하고 있었다구요.”
“이미 오늘 오후에 자네는 날 구하려고 기꺼이 죽음을 무릎 썼네. 만약 내가 끼어들어 자네를 구하지 않았다면, 난 지금쯤 좀 더 외로웠겠지.”
“그럼 만약 당신이 죽었다면 내가 어떤 느낌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잭은 물었다. “내가 외로워하지 않을 것 같나요? 감히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이겨낼 거라 말하려고 하지 말아요.” 닥터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는 덧붙였다. “어쩜 난 빨리 잊어버리는 타입으로 보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당신 입으로 말한 것처럼, 그런건 진짜 내가 아니예요.”
“나도 알고 있네,” 닥터는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 내 마음을 바꾼거야.”
“뭐에 대한 마음을 바꿨는데요?”
“어제 밤이 마지막 밤이 되는 것에 대해 말이지.” 닥터의 얼굴에 짓궂은 표정이 떠올랐다. “난 혼자가 되는 일이 지쳤네, 잭. 나한테도 인간들의 교제라는게 좀 필요해, 그리고 자네가 거기에 안성만춤이야.”
잭도 씨익 웃었다. “음, 드디어 당신이 제가 가진 진가를 알아주니 기쁘군요.” 그는 말했다. “그것도 당신은 제가 제일 자신있는 일을 하게끔 했다고 말해야 겠지만요!”
“그대로만 해주길 바라네!” 닥터는 농담을 하고 다시 잭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그러더니 그의 두 눈이 약간 커졌다. “자네의 자신있는 부분이 이제 때를 만난 것처럼 느껴지는데.”
잭은 건방진 미소를 짓고 엉덩이를 움직였다. 그러자 갑자기 닥터의 동공이 커지고 그의 뺨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러더니 순간적으로 그는 진지해졌다. “내가 신경쓰고 있는거 알고 있겠죠, 닥터? 이 인간 교제는 언제고 갑자기 당신을 떠나가지 않을거예요. 그건 내가 장담하죠.”
“나도 알아, 잭,” 닥터는 부드럽게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싱긋 웃었다. “자, 감상적인 일들이 다 끝났으면, 우리 본론으로 들어갈까?”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몸을 숙여 다시 잭의 입술에 포개고 그가 숨을 쉴 수 없을 때까지 키스했다.
* * *
잭은 낮게 신음하며 몸을 뒤집었다. 침대 한 중간에 뭔가가 있는지 그가 부딪히자 쿵 소리가 났다.
“저기 말이야, 날 침대에서 밀어내려고 하지 좀 말아주겠어?”
잭은 눈을 떴고 닥터가 등을 대고 누워서 두 손은 머리 밑에 두고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잭이 비틀거리자 그는 위에 있는게 얼마나 재밌는 것이든지 간에 그것으로부터 시선을 획 돌려 잭에게로 향했다.
“내가 아직도 여기에 있어서 놀랐나?” 그는 웃으며 물었다.
잭도 미소로 답했다. “조금이요,” 그는 솔직히 말했다. “인정하세요, 당신은 전과가 있으니까.”
“이봐,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반반으로 나눠봐야 해.” 닥터는 이의를 제기했다. "한번은 여기 있었고 다른 한번은 없었던 걸로.”
“그래요, 그치만 제 관점에서 봤을 때는 그건 그냥 한번 없었던거 인데요,” 잭은 답했다. “제가 놀란다고 해서 당신이 비난할 수는 없어요.”
“그러도록 하지. 그래, 이제 만족하나? 아니면 여기 있는 내가 진짜인지 확인해보고 싶어? 꼬집어 보기라도 하겠나?”
잭의 더 짓궂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그의 눈빛에서 위험한 기색이 비춰졌다. “꼬집어 볼 수도 있지요.” 그는 곰곰이 생각했다. “하지만 훨씬 더 흥미로운 방법이 생각났어요. 당신이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 * *
몇 분 후 로즈는 잭의 방문 앞을 지나가다가 멈추었다. 그리고 방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저 두 사람사이에 무슨 일인가 있었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그녀는 닥터에 대해서만큼은 알고 있었지만 잭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를 못했다. 그리고 이런 일을 꺼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대신 간단하게 닥터에게 그가 해야 할 일을 재촉했다. 척 봐도 그는 겨우 일을 마무리 한 것 같았다.
문 앞을 떠나면서 로즈는 통로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타임 로드와 타임 에이전트가 마침내 아침을 함께 맞이하는 것에 기뻐하면서 말이다.
END
[닥터 후] The Morning After The Night Before
Chapter Two : Dawn Breaks (a)
“잭한테 사과하라고 말하지 않았던가요?”
닥터는 한숨을 쉬었다. 로즈가 뭔가를 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빠져나갈 길이 없었다. “사과는 했어,” 그는 대답했다. “사실 전심전령으로 사과했다구. 이번에는 다른 문제로 의견이 어긋난 거야.”
“아하, 그래서 아까 도착하자마자 잭이 자기 짐을 들고 몰래 타디스 밖으로 나가려고 한거 군요. 그가 떠나려고 하고 있어요, 닥터.”
닥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대로 아무 것도 안할 참이예요? 그를 그냥 가도록 놔둘 셈이냐 구요?”
“잭이 어떤 선택을 하던 그건 그의 일이야. 나랑은 아무 연관도 없어.”
“하지만 이렇게 가도록 놔둘 수 없어요! 그가 보고 싶어 질 거예요,” 로즈는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당신 역시 그를 그리워 할 거구요. 당신도 알잖아요.”
물론 나도 그럴 거야, 닥터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답했다. 하지만 너무 늦어버렸다. 겉으로는 그는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의 가슴 속은 잭이 어디로 갔는지 로즈에게 묻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로즈!”
“이런!” 로즈는 혀를 찼다. 그녀의 엄마는 늘 안 좋은 때만 골라서 쳐들어왔다. “가요, 엄마,” 그녀는 대답했다. “제가 이대로 놔둘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리고 닥터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끝까지 일을 제대로 해결하시라구요. 이왕 신경이 쓰인 다면요, 사실 잭은 웰스 거리에 있는 술집에 있을 거예요. 술을 마셔야겠다느니 하면서 그가 중얼거리는 걸 분명히 들었거든요.“ 그리고 닥터의 무언의 요청에 자기도 모르게 답을 해주었다. 로즈는 잭키가 원하는 걸 보기 위해서 급하게 가버렸다.
* * *
잭은 술집 한쪽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혼자 앉았다. 화요일 오전 11시여서 술집은 꽤 한산했고 손님들은 구석의 기분이 나빠 보이는 낯선 이로부터 떨어져 있기로 명백하게 결심하고 있었다.
그는 타디스를 떠나기로 한 자신의 결정에 대해 두 번째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21세기 초는 머물고 싶을 정도로 가장 재미있는 세상은 아니었다. 그는 왜 로즈가 색다른 외계인을 따라 시간 여행을 하기로 나선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제쯤 그가 이곳에서 떠날 수 있는 다른 타임머신을 찾게 될지 누가 안단 말인가? 그는 많은 시간 여행자들이 역사 속 가운에 이 시기로 방문한다는 사실이 의심스러웠다. 닥터는 예외로 치자. 이상할 정도로 그가 이 시간대과 장소에 갖고 있는 애정은 그의 더욱 별난 성격 중에 하나였다.
잭은 인상을 썼다. 타디스로 돌아가기에는 딱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바로 닥터. 그의 반심은 여전히 타임 로드에게 자신을 내 던지기를 원했지만 젠장맞을 결과로 보면, 나머지 반심은 닥터가 안고 있는 그에 대한 생각 때문에 처절하게 상처받은 상태였다.
안돼, 잭은 결심했다. 결과가 어떻든지 간에 그는 이곳에 머물러 있었다. 심지어 맥주가 더럽게 맛이 없었지만 말이다. 한숨을 쉬고 캡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약 21세기 지구에서 살아가게 될 예정이라면, 절실하게 다른 더 괜찮은 술집을 찾아내야 한다.
“벌써 일어나게? 자네에게 한 잔 사려고 생각했는데.”
“왜 그러고 싶으신 데요?” 잭은 닥터를 보려고도 안하면서 그를 밀치고 지나갔다.
“다시...사과하려고.”
“그래요, 음, 당신의 사과는 더 이상 필요없어요. 분명히, 말해봤자 그 만한 가치도 없으니까요.”
“잭, 아까 했던 말은...내 진심이 아니었어.”
잭은 코웃음 쳤다. “닥터, 아무런 근거 없이 그런 말을 한게 아니잖아요.”
"맞아,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때, 아마도 난 자네한테는 전혀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을 걸세,” 라고 닥터가 말했다. “난 자네란 인간은 너무 태연해서 성실하지 못하다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네,” 잭의 눈이 가늘어지자 그는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지금은 그게 다 겉모습이었다는 걸 알았어. 자네는 멋져 보이려고 하는 행동에 비해 훨씬 나은 인간이야.”
잭은 당황했다. 닥터는 그를 완벽하게 꿰뚫어 보고 있었다. 이제껏 그의 행동을 제대로 봐준 사람은 없었다. 이건 다소 당황스런 일이었다. 그는 갑자기 극도로 약해짐을 느꼈다. “와우,” 그는 말했다. 그리고 또 한 번 말했다. “와우.” 그는 정확히 뭐라고 말해야 할지 갈팡질팡 했다.
“지금 들었나?” 닥터가 갑자기 말했다.
“뭘 들어요?” 갑작스런 화제전환에 약간 혼란스러운 잭이 답했다.
“비명소리 말이야,” 닥터는 짧게 말했다. 그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 밖으로 나가 거리로 나왔다.
잭은 급히 그를 따랐다. 탁 트인 곳으로 나오니 그도 이제는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정확히 로즈와 잭키가 사는 건물의 블록 쪽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잭은 닥터가 소리가 가는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았다. 크게 악담을 내뱉고 그는 닥터를 쫓아 달렸다.
“로즈! 로즈!”
닥터는 잭키가 사는 건물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와 미끌어 질듯 하면서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눈으로 사방을 바라보며 위험한 기색이 있는지를 살피기 시작했다. 일단은 아무 일도 보이지 않자 그는 조심스레 걸음을 진행시켰다. 모든 근육 조직이 금방이라도 반응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그러다보니 잭이 닥터에 이어 요란하게 들이닥치자 그는 잽싸게 뒤돌아 잭에게 소닉 드라이버를 들이댔다.
“우와, 진정해요, 닥터. 저라구요!” 잭이 소리쳤다. 그 뒤 그는 자신의 가슴에 향해진 소닉 드라이버(연장용 도구)를 쳐다봤다. “저기, 대체 뭘 하려고 한 거예요? 이런 걸로 어떻게 죽이려고.”
닥터는 약간 당황하면서 드라이버를 내려놨다. “버릇이 되놔서,” 그는 말했다. “가지고 다니는 게 이거뿐이거든,”
“뭐, 소닉 제품을 가지고 사람들한테 겨냥하는게 당신만 있는 건 아니지만요,” 잭은 자신의 소직 광선총을 들면서 말했다. “만약을 대비해서 이제부터 제가 앞에 서도록 하는게 어때요?”
“솔직히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닥터는 대답했다. “여긴 아무도 없어 보여. 로즈도 없고 위험해 보이는 일도 없군. 잭키도 마찬가지야.”
“저기, 닥터, 여길 한 번 보세요.”
잭은 공동 거실 쪽으로 눈짓을 했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닥터가 와서 문가에 있는 잭의 옆에 섰다. 그리고 두 사람은 시체들을 살펴보았다. 거실은 엄청 화가 난 슬리딘 한 무리 같은 존재가 미친듯이 날 뛴 모습이었다. 그 곳에서도 타일러 집안의 두 여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디로 끌려간 거죠?” 잭은 분개하면서 말했다. 난폭하게 남아있는 잭키의 식탁 의자 중에 하나를 걷어차자 나무의 파편들이 닥터의 머리 옆으로 튀어버렸다.
“어이! 귀에 맞을 뻔 했어! 자네도 폭력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잖나.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자구. 우리가 계단으로 올라올 때 그 녀석들하고 마주치질 않았으니, 그 녀석들은 옥상 위로 올라간게 틀림없어.”
바로 그때 마치 그의 말이 옳다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또 다른 비명 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그들의 머리 위로. 닥터는 순간적으로 그거 보라는 미소를 짓고는 다시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는 옥상 쪽으로 말이다.
이번에는 뒤처지지 않도록 하면서, 잭은 옥상 위에 있는 닥터의 바로 몇 발자국 뒤에 도착했다. 계단 통로에서 벗어나자 그들은 좀 더 흥미로운 장면을 마주하게 되었다. 로즈와 잭키가 옥상의 한 쪽 구석에서 서로를 꼭 껴안고 있었다. 반면 그들과 잭과 닥터가 서있는 사이에는 키가 8피트 쯤 되고 거의 몸 전체가 꿈틀거리는 촉수들로 되어 있는 거대한 보라색 외계인이 있었다. 건물의 한 끝에는 이런 거대한 외계인을 태우기엔 너무 작아 보이는 우주선이 공중에 떠 있었다. 잭은 이 괴물이 어떤 식으로 자기 우주선에 들어가려고 몸을 쥐어짜는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 외계인은 로즈와 잭키를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마치 그 놈은 마침내 그들이 구석에 몰려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걸 아는 듯 했다. 로즈는 닥터와 잭이 나타나자마자 바로 알아차렸고 외계인이 모르도록 몰래 입모양으로 “도와줘요” 라고 말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닥터는 외계인의 눈에 띄지 않게 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봐, 자네!” 그는 친근하게 부르며 괴물을 향해 옥상 위를 슬렁슬렁 가로질러 갔다. “자네가 공격하려고 하는 그들은 내 친구라네. 미안하지만, 자네가 거기서 그만두어 좋으면 좋겠어. 그녀도 분명 자네가 그녀의 엄마를 공격하지 않기를 바랄거야.”
하지만 닥터는 그 외계인의 안중에 전혀 들어와 있지 않는 것 같았다. 외계인은 속도를 늦추는 기색없이 로즈와 잭키를 향해 계속 나아갔다. 그러나 갑자기 잭은 괴물의 척수 중 일부가 더 이상 꿈틀거리지 않고 다른 것들과 틀리게 완전히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몇 개의 촉수가 정확히 닥터가 있는 곳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닥터, 조심해요!” 잭은 옥상 위로 몸을 던져서 닥터의 앞에 뛰어들었다. 그때, 촉수 중에 하나가 갑자기 외계인과 닥터 사이의 공간을 가로질러 채찍처럼 쫙 펴졌다.
자신을 향해 오는 촉수의 속도를 보면서 잭은 그 순간 시간이 점점 느려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자신의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그걸 멈추기 위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꽤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해서 잭은 아직 죽을 때가 아니었다. 반사적으로 가볍게 닥터는 잭의 팔을 잡고 뒤로 잡아당겼다. 넘어지면서 잭은 바로 앞에서 촉수가 스쳐지나가며 생긴 미풍이 얼굴 위에 느껴졌다. 그리고 닥터의 위로 쓰러진 그는 그 충격으로 숨이 막히고 헐떡거렸다. 힘들게 숨을 들이마시려고 하면서 잭은 닥터가 다시 벌떡 일어나 뭐라고 소리치는 것을 희미하게 알 수 있었다. 그러더니 푸른 빛이 번쩍였고 곧 끔찍한 냄새가 났다.
잭은 콜록거리며 진득거리는 보라색 물질로 변해버린 외계인을 보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닥터는 잭의 소닉 광선총을 들고 거기에 서 있었다. 로즈와 잭키는 뭔가를 회복한 듯 보였고 지금은 죽어버린 괴물을 보기 위해 조심스럽게 천천히 다가왔다. 로즈는 이 괴물이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는지를 물어왔다.
“잘 모르겠어,” 닥터는 기분좋게 답했다. “내가 알기론 화성에서 온 것 같아. 아니, 그러고보니 화성의 붉은 색이랑 이 보라색은 별로 안 어울릴 것 같군.”
[닥터 후] The Morning After The Night Before
Chapter One : Morning Comes (b)
동시에 그는 잭이 하고 싶어 하는 대로 놔두고 싶어지는 마음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가끔 그는 살면서 즐겨야 할 쾌락을 거부하는 스스로에게 염증이 나곤 했다. 하지만 무언가가 항상 그의 변화를 멈추게 했다. 특히나 잭의 경우에 그는 99.9% 확신했다. 잭은 단지 자신의 목록에 추가할 또 다른 정복 대상을 찾고 있을 뿐이라고 말이다. 언제고 잭이 고의로 그에게 상처 주는 날은 없을 것이다.
그의 머릿속엔 뭔가에 전념하는 일이란 없었고 다른 사람들은 자신과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뭐해요, 닥터. 정신 차려요, 닥터.”
닥터는 조금 움찔 했다. 정신이 다른데 팔려 있었다. 잭이 한창 자신을 유혹하고 있는데 정신 바짝 차리지 않고 뭐하고 있는 거람.
잭의 미소가 더욱 환해졌다. “다시 절 봐주니 기쁘군요, 닥터. 지금 이 순간은 당신 안에 제가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더니 잭은 몸을 숙여 그에게 키스했다. 그리고 이 키스는 가벼운 키스가 아니었다. 키스다운 진지한 것이었다. 닥터는 잭이 상당히 오랫동안 이렇게 하기 위해 기다려 왔음을 알게 되었다.
잠시 동안 닥터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는 아무 생각도 반응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의 무언가에 스위치가 들어왔고, 갑자기 그는 열정적으로 잭의 키스에 답했다. 그가 잭의 어깨를 잡고 끌어올 때 모든 거부와 냉담함이 창 너머로 사라졌다. 잭이 조금 몸을 비틀거리자 그는 이런 일을 하기에 지금의 자세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제 와서 어쩌겠는가. 갑자기 잭이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소리로 욕을 중얼거리며 키스를 멈추고 닥터의 상체 위에 쓰러졌다. 몇 초간 침묵이 흐르더니 곧 두 남자는 웃어버렸다.
몇 분의 시간이 흐른 뒤 웃음보가 가라앉았다. 잭은 닥터의 위에 버티고 있는 자세로 그를 내려다 봤다. “뭐, 이런 장면을 상상한 건 아니지만, 결국 이렇게 되버렸네요.” 그는 의도적으로 엉덩이를 움직이는 시늉을 했다. 갑자기 닥터는 웃음이 가셨고 그의 내면에 욕망이 불타올랐다.
그 감정이 그의 얼굴이 나타난게 분명하다. 왜냐 하면 잭의 두 눈이 순간 커지면서 살짝 뒤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닥터는 이대로 그를 가게 놔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잭의 어깨를 잡고 아래로 끌어와 다시 한번 키스했다.
잭은 좀 충격을 받았다. 그는 지금껏 이렇게 빠르고 격렬하게 오락거리에서 다른 일로 바뀌는 타인의 얼굴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닥터의 기분이 변하기 쉽다는 것을 알았으나 조금 무섭기도 했다. 그래도 닥터의 입술이 다시 덥쳐왔을 때, 그는 무섭건 무섭지 않건 이 키스는 끝내주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이런 상황에 있음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되기를 속으로 품고 계획을 실행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정말로 이렇게까지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닥터가 가진 벽을 허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그의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구애성공 중에 하나가 됐을지도 모른다.
단지 그것은 구애가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광적인 에너지와 만면의 미소를 가진 한 남자를 알아가는 것이었다.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바로 그걸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출라 나노유전자를 이용해 모두를 치료하자 그가 보인 순수한 기쁨. 소닉 드라이버를 갖고 있었을 때 당황한 모습. 그가 로즈와 춤을 추면서 잭의 우주선 위에 공간 이동해 해 왔으리라곤 짐작 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옛 기억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잭은 그런 일은 잊어버렸다. 그의 계획에 방해가 될 만한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로즈는 전혀 장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타임 로드의 위에 누운 채 두 번의 키스에 완전히 넋이 나가버려 있었다. 하지만 두 번의 키스로는 부족했다. 잭은 그 이상을 원했다. 그는 전부를 원했다. 그는 닥터가 자신을 믿어주기를 바랐다. 그는 자기 자신을 닥터에게 주고 싶었다. 그는 그 모두를 원했다.
닥터의 열정만큼이나 이런 감정들이 깊어지자 잭은 겁이 났다. 그는 이런 감정들에 익숙하지가 않았다. 사랑하고 떠나라 - 그게 그의 좌우명이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그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건 즉 그가 타디스를 떠나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로즈를. 그리고 닥터를 떠나야 한다. 그런건 그의 계획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
갑자기 그는 닥터가 키스를 멈추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던 자신을 원망했다. 닥터는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잭이 유혹하는 얼굴과 비슷했다.
“무슨 문제라도, 캡틴?”
“그럴리가요,” 잭이 대답했다. “그냥...여기서 이래도 괜찮을까요? 당신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이런 일 치르기에 전선이 깔려있는 금속 바닥은 저한테는 별로거든요.”
“알아들었네,” 닥터가 말했다. “그럼, 따라 오게나.” 잭을 밀치고 그는 일어나 조종실을 성큼성큼 가로질러 갔다.
잠시 동안 잭은 밀쳐진 그 자리에 앉아 닥터가 멀어져 가는 모습을 감탄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닥터가 움직이는 모습은 어쩐지 육식 동물 같았다. 먹이를 찾아 다니는 모습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잭은 그를 보고 있으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갈텐가, 말텐가?”
잭은 움찔했다. 그리고 또 딴 생각을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러는 것 좀 그만둬야 할 텐데. 만약 누군가 그의 온 관심을 받고 있다면 그건 닥터일 것이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닥터에게 걸어갔다. “아, 물론 가지요,” 그는 말했다. 닥터가 순간 숨을 멈추고 시선을 가늘게 만들만큼의 적당한 강조를 넣어가며 말이다. 그는 닥터가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지도 않고 타디스의 수많은 통로 중 하나를 따라 내려갔다.
* * *
잭은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는 전날 밤의 일을 떠올려 보았다.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기억들이었다. 닥터는 정말 열정적인 상대였다. 너무 열정적이어서 절정에 달하려던 그 순간에 피부가 벗겨질 뻔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긴 했다. 그는 마치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없던 닥터의 한 면을 본 것 같았다. 이런 기회를 얻게 되니 우월감도 느껴졌고 이 특권을 잃고 싶지가 않았다. 그들이 행위에 몰두해 있을 동안 잭은 자신의 몸이 닥터와 마치 하나가 되는 듯 했다. 그리고 절정의 순간에는 거의 제 정신이 아닐 정도였다. 그는 놔주고 싶지 않아서 이 연결고리를 잃고 싶지 않아서 닥터를 꼭 껴안았다. 그는 완전히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타임 에이전시가 그의 기억을 가져간 이후로 좀처럼 맛보기 힘든 경험이었다.
다시 한번 몸을 움직이면서 그는 닥터를 껴안기 위해서 침대에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의 손에 닿은 것은 허무한 빈 공간뿐이었다. 졸린듯 눈을 뜬 그는 침대에 혼자 있는 자신과 닥터가 있던 흔적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닥터가 없다는 사실을 문제삼지 않으려고 하면서 잭은 일어나 옷을 입었다. 조종실에 가면 닥터를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그는 그쪽으로 향했다.
* * *
세 번 연속으로 전선의 잘못된 부분을 녹여버리게 되자 닥터는 작게 욕을 내뱉었다. 오늘 아침에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써보아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가 아무리 한쪽 구석에 쳐박아 두려고 해도 어젯밤의 기억은 자꾸만 떠올랐다.
대체 무슨 생각이었단 말인가? 확실히 그 일을 사고였다, 그렇게 그는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했다. 생각 따위 하고 있지 않았다. 딱 한번 걱정, 근심을 버리고 행동했더니 그 결과는 훨씬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그는 자신과 잭 사이에 벌어진 일의 기억을 지워버릴 수가 없었다. 그런 점이 이 일이 문제라는 증거이다. 이건 그 자신의 잘못이라는건 알고 있었다. 그는 잭을 그리고 그의 매력을 무시할 수가 없었고 결국 받아들여 버렸다. 단 한순간만, 잭이 그의 감정에 답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즐겨보려 했었다. 그리고 한 동안 그는 캡틴이 자신을 정복 대상이 아닌 그 이상으로 보고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었다. 마치 닥터가 잭과 한 몸이 될 정도로 사랑을 나누는 동안 잭이 그를 바라보는 필사적인 시선은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닥터는 여전히 옆에서 자고 있는 잭을 쳐다봤다. 그리고 이 사람은 캡틴 잭 하크니스이고 지금 그와 침대에 같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정말로 여인들의 남자. 남자들의 남자, 모두의 남자였다. 하지만 닥터의 남자는 아니었다. 최소한 하룻밤 이상 가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들 때문에 그는 잭의 곁에서 나와 조종실로 도망치듯 와버렸다. 저 매력적인 미국인 타임 에이전트의 어떠한 방해없이 스스로 저지른 바보같은 짓에 대해 후회할 수 있는 곳으로 말이다.
그래서 그는 지금의 상황에 와있었다.
“좋은 아침이예요,”
아직 약간 잠에 취해 있는 듯 하지만 만족감과 매력, 그리고 약간의 자부심이 섞여있는 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닥터는 잭을 벽에 밀어붙이고 숨도 못 쉴 만큼 키스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그는 자신을 억눌렀다. 또 다시 잭을 그런 식으로 생각하도록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자 가슴이 아파왔고 그는 자신의 감정이 거기에 휩쓸리게 나누지 않으려고 했다.
“왜 그래요, 닥터?”
닥터는 일부러 밝은 표정을 해보였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는 잭의 얼굴로 시선을 돌리면서 말했다. “그냥 로즈한테 오늘은 엄마를 만나기 위해 집에 데려다 준다고 약속했던게 생각난거 뿐이네. 잭키 테일러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좀 불안해진다니까. 항상 그녀에게 한 대 맞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거든.”
“음, 그럼 내가 당신의 불안을 사라지게 해드리죠,” 닥터를 향해 다가오면서 잭이 대답했다. 그의 의도가 얼굴에 확실히 써 있었다. 하지만 닥터는 그에게 따르지 않으려고 했다.
“걱정하지 말게, 난 괜찮으니까,” 그는 말했다. 그리고 이 자리를 피하기 위해 애쓰면서 잭의 옆을 지나갔다.
하지만 잭 역시 그의 생각대로 따라오지 않았다. 이제 곧 무슨 일이냐고 물어올 것이다. 닥터의 웃음은 너무 억지스러웠고 목소리도 벼랑에 몰린 듯 불안정했다. 그는 팔을 뻗어 닥터가 도망가려는 길을 막아섰다.
“정말 무슨 일이예요, 닥터?”
닥터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일어났을 때 결론지은 사실대로 잭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의심할 여지도 없이 자신이 그런 식으로 생각되어졌다는 사실에 잭은 상처받을테고 거기에다 그것이 진실임을 부정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잭은 닥터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눈치가 빨랐다. “후회하고 있군요, 그렇죠?” 질문이 아니라 선언처럼 그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아니야!” 닥터의 반응은 화를 내는 것처럼 단호했다. “아니야,” 그는 좀 더 차분하게 다시 말했다. “후회하는게 아니야. 단지...그냥, 하룻밤이었을 뿐이잖아, 됐으니까 넘어가자구?”
잭은 마치 마스크가 그의 목을 조여 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 꽉 막힌 목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그는 크게 말했다. “그래요, 그럼. 하룻밤. 당신이 원하던 대로 했으니 이제 마음대로 하세요,”
잭의 비난 섞인 어조에 닥터는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는 응수했다. “그럼 아니란 말인가? 원하는 걸 얻고 나면 가버려야지? 캡틴 잭 하크니스, 만인의 친구이지 않나. 너무 매력적이지만 자네에게 하루 이상 있어달라고 기대할 수는 없지.” 말하자마자 바로 그는 자신이 한 말에 후회했지만 다시 주워 담기에 때는 이미 늦어있었다.
왠지 잭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래요, 당신은 사실 그렇게 생각하고 있군요?” 그는 씁쓸하게 물었다. “그럼, 이 일로 더 이상 당신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지구에 도착하는 대로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그 말에 망연자실해진 닥터를 남겨두고 잭은 자신의 방으로 가버렸다.
클라삥's notes : http://community.livejournal.com/doctorslashjack/ 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이 분의 팬픽을 처음 보았습니다. 굉장히 재밌게 본 작품이예요! Love your works! 하지만 제 손을 거치면 직역과 오역의 바다가 된다는 거...orz 네번 정도 업로드 하면 될 분량입니다.
[닥터 후] The Morning After The Night Before
Chapter One : Morning Comes (a)
"그래, 전 언제쯤 타디스의 회로를 체크해 볼 수 있는 거죠?“
잭의 목소리에는 은근히 타디스를 향한 추파가 섞여있었다. 닥터는 그 점이 상당히 달갑지 않았다. 그리고 머리를 들어 잭에게 그렇게 말하려 했다. 하지만 운이 없게도 그는 자신이 계기판의 가장 밑 부분 한 가운데에 누워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래서 잭은 닥터의 재치있는 대꾸 대신에 쾅하고 부딪히는 소리와 악담을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괜찮아요?” 그는 약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 괜찮아,” 닥터는 불만스럽게 말했다. “사기꾼 타임 에이전트가 내 우주선한테 작업을 거는 바람에 회로의 아주 중요한 부분에 내 머리를 부딪쳐서 퓨즈가 완전히 나가버렸을 뿐이지. 모든 게 환상적이군.”
잭은 웃어버렸다. 닥터는 일을 부풀려서 말하는 걸 좋아한다. 만약 회로가 정말로 중요한 부분이었다면 지금쯤 타디스는 추락하기 시작해서 땅에 불시착 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주여행은 순조로웠다. 잭은 닥터의 과장벽을 이제는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어쨌든, 괜찮다니 다행이네요,” 그는 말했다. “당신이 다치면 큰일이잖아요,"
또 은근슬쩍 작업을 거는 기색에 계기판 아래에 있던 닥터는 얼굴을 찌푸렸다. 부딪힌 머리가 아파서 그런 것도 있지만.
닥터는 계기판 아래에서 나와 잭을 노려봤다. “자네는 추근대는거 외엔 아는게 없나?” 그가 물었다. “보아하니 작업거는 실력도 별로인거 같은데.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하고 잘 수 있는지 알 수가 없구만.”
잭은 너무 놀라 입이 벌어질 지경이었다. 그는 자신의 작업거는 실력에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아직까지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으니까-뭐, 900살 먹은 타임 로드 같은 사람한테 통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요즘 들어 잭은 닥터가 매력에 둔감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마지막에 한 말을 보면 그런 면을 알 수 있었다.
“그거야 당신이 인간 교제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니까요, 설마 우리더러 평생 혼자 지내라는 소리는 아니겠죠!” 그는 당혹감을 감추기 위해서 일부러 좀 무례한 말투로 반박했다.
읽기 어려운 표정이 닥터의 얼굴을 스쳐갔다. 일순간이었지만 잭은 자신이 닥터의 아픈 곳을 찔렀음을 알아냈다. 갑자기 그는 방금 했던 말을 취소하고 싶었다. 그러나 때가 너무 늦었다.
“인간 교제의 가치라!” 닥터는 잔인할 정도로 그를 비웃었다. “내가 아는 한 인간들의 교제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어,”
잭은 모욕당한 기분이었다. “그럼 어째서 로즈와 내가 여기에 있는 거죠?”
닥터는 미소지었지만 그것은 이름뿐인 의미없는 미소였다. “글쎄,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다니는 여행을 하는 나에게 있어서 작은 여흥 정도일까,” 그는 마치 잭이 타임 에이전트의 경험이 전혀 없는 5살 베기 꼬마인 것처럼 말했다.
잭도 미소로 답했다. 하지만 닥터와 마찬가지로 미소다운 미소가 아니었다. “여흥이라. 맞는 소리네요,” 그는 말했다. “그럼, 괜찮으시다면, 닥터, 저는 이만 가볼게요. 가서 로즈한테 당신을 즐겁게 만들기 위한 기술을 더 갈고 닦자고 말해야겠어요. 어쨌거나 우리들의 전능하신 위대한 타임 로드를 실망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게 말하고 그는 조종실을 떠났다.
잭이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닥터는 실망스러운 얼굴이 되어 어깨가 축 쳐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제대로 알 수가 없었지만 그가 잭과의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짓을 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잭은 타디스를 타고 여행을 한지 겨우 몇 주밖에 되지 않았다. 닥터는 무심한척 자신을 억누르고 있었지만 저 낙천적인 미국인 타임 에이전트에게 호감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물론 그는 그 사실을 감추려고 했으나 로즈는 그를 재빨리 간파해버렸다. 그리고 그는 잭이라는 인간은 이런 거친 외모에 혹하는 바보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동안 그가 추파를 던지는 대상을 봐왔으니까 말이다.
닥터는 다시 얼굴을 찌푸렸다. 좀 전에 그가 한 말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솔직히 잭의 작업거는 기술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누구든지 셀 수도 없이 다른 세계를 다니는 외계인들을 유혹하려면 그에 합당한 수준의 작업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닥터도 잭이 가진 매력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게 아마도 그가 아까처럼 빈정거렸던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게 잭의 화나게 만들어서 ‘전능하신 타임 로드’라는 소리까지 나오게 만들었다.
한숨을 쉬고 닥터는 작업하던 타디스의 계기판으로 돌아왔다. 다음에 잭을 보면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에게 타디스를 다루는 것을 허락하도록 할 참이다. 닥터가 걱정을 하는 만큼 잭은 이곳에 남아있었다. 단지 그는 잭이 이런 일을 알고 있을지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닥터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화가 난 금발머리 아가씨를 무시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복도를 막아서고 있어서 무시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럼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면 된다고 그는 생각했지만 십대, 그것도 인간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길이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애매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가 그의 무관심한 얼굴을 뒤로 하고 물러나기를 바랐다.
그런 행운은 없었다. 로즈는 엉덩이에 손을 올려두고 그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리고 다시금 무슨 일이었냐고 물어왔다.
“네 말이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그는 지쳤다는듯 말했다.
“내가 뭘 말하는 건지 잘 알잖아요! 당신하고 잭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어요? 아니면 이렇게 말해야 하나요, 두 사람 사이에 일이 있을 리가 없죠, 지난 이틀 동안 두 사람이 서로 얘기한 적도 없는데?”
부정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라는 걸 안 닥터는 피곤한 듯이 그녀의 말을 인정했다. “그냥 조금 의견이 어긋난 것뿐이야, 그게 다라구.”
“조금 어긋났다구요-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나보죠? 잭은 당신을 쳐다보려고도 안하고 오히려 당신 목을 조르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구요!”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닥터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나와 같은 곳에 있기도 싫어하는 사람한테 어떻게 사과를 하냔 말이야.”
“당신은 할 수 있어요, 그리고 하게 될 거예요. 내가 두 사람을 한 방에 감금해 버릴 거니까. 난 두 사람 사이는 신경쓰지 않아요, 하지만 어떻게 좀 해볼 수는 없나요? 당신들 주위에 있으면 꼭 냉장고 속에 있는거 같다구요.”
닥터는 한숨을 쉬었다. “잘 알았어. 지금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
“당연히 알죠. 그는 지금 조종실에서 당신이 머리로 박살낸 부분을 고치고 있어요.”
“뭐라고!” 닥터는 소리를 지르다시피 했다. “난 그에게 타디스를 만질 권한을 준 적이 없는데!” 사과를 하려 했던 생각은 잊은 채, 그는 조종실로 향해 갔다.
잭은 일어서서 손을 닦으며 자신이 해낸 일을 만족스럽게 살펴봤다. 그가 타디스의 회로를 만진 것을 알면 아마 닥터는 그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이번 일은 아주 훌륭했다. 그는 어쩌면 자신이 닥터보다도 더 잘 해낸건 아닐까 생각했다.
갑자기 타디스의 안쪽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닥터가 들이닥쳤다. 잭은 한숨을 쉬었다. 이건 마치 그의 사형집행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치러지는 느낌이었다.
“거기서 비켜!”
알았다는듯 손을 들면서, 잭은 계기판에서 천천히 걸어나왔다. “진정해요, 닥터. 타디스는 괜찮으니까. 오히려 더 매끄럽게 움직이고 있을 거예요.”
닥터는 죽일듯한 시선으로 그를 노려봤다. 그리고 문제의 회로를 점검하기 위해 웅크리고 앉았다. 닥터가 타디스에게 아무 이상이 없고 정말로 잭이 일을 능숙히 해냈다는걸 깨달았을 때 잭은 딱 정확한 순간이었음을 느꼈다. 마치 화를 낸 것이 완전히 잘못된 일이었다는걸 깨달은 것처럼 닥터의 어깨는 조금 쳐지는 듯 했다.
“미안해,”
잭은 깜짝 놀랐다. “뭐라구요?”
“벌써 들었잖아. 두 번은 말 안할 거야.”
잭은 거기에서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화해 제안을 받아드리기로 했다. “사과 받아들이죠,”
“진짜 이 곳 일을 꽤 잘해냈군,” 닥터가 시샘하듯 말했다. “자네에게 다른 일거리를 좀 줘야 할 것 같아.”
“어디든 맡겨만 주세요,” 잭이 씨익 웃으며 답했다. “제 생각엔 타디스가 절 좋아하는거 같거든요.”
닥터는 그를 보고 웃음지었다. “그런 것 같군,” 그는 말했다. 그리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이야말로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할 순간이다. 한 번에 속 시원히. “그리고 나도 그러하네. 보기와는 달리 말야,” 그는 덧붙여 말했다.
잭은 감격했다. 그는 닥터가 그걸 인정하기까지 힘들었을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와, 닥터, 당신이 신경쓰고 있었을 줄은 몰랐어요.”
당연히 신경쓰지, 하고 닥터는 조용히 말했다. 자세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하지만 그는 이 이상 잭에게 약점 잡힐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유지했다.
그의 속셈이 맞아떨어졌다. 잭은 다른 회로들을 검사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닥터는 그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진심으로 잭에게 타디스를 맡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 안의 타임 로드로써의 유전자가 자꾸만 그를 막아섰다. 어쨌든, 그렇게 그는 혼잣말을 했다. 그가 잭의 가까이에 서 있고 싶어하는데에는 다른 뚜렷한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잭은 닥터가 그의 옆에 오고 있는 걸 눈치채지 못한 듯 보였다. 그는 타디스의 시스템에 푹 빠져서 정말 매력적인 여자나...혹은 남자와 얘기할 때 사용하는 목소리와 똑같은 말투를 쓰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닥터는 자신의 낯가림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곧 그와 잭은 공명 회로, 병렬 연결, 자동 밸런스 장치의 장점에 대한 대화의 꽃을 피웠다.
“있잖아요, 이 정도로 당신의 무관심하고 외톨이적인 행동을 무너뜨릴 수 있다면 나는 훨씬 이 전에 타디스에게 손을 대고 있었을 거예요.”
닥터는 크게 당황했다. 갑자기 그는 자신이 얼마나 쉽게 잭의 함정에 걸려들었는지 깨달았다. 잭이 평소에 사용하는 기술은 먹히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닥터의 영역에 직접 들어가서 어떻게든 해보자는 모험을 한 것이다.
“그리고 만약 내가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걸 알아챘다면 자넨 일찌감치 타디스에는 손도 못대고 있었을 거야.” 닥터는 농담처럼 말하며 이 상황을 가볍게 넘기려 했다. 그는 금방 넘어가버릴 것만 같았다. 그는 타임머신의 장점에 대해 논하던 중에 중앙 계기판의 아래에 있는 뭔가를 잭에게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바닥에 눕게 되었다. 잭은 그의 위에 낮게 구부렸다. 잭의 야성적인 미소를 보자 그는 지금 자신이 바닥에 등을 대로 누워있지 않기를 또한 잭으로부터 몇 피트 쯤 멀리 떨어져 있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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