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dom : Vampire Chronicles
Characters : Lestat, Louis
Rating : G
클라삥's notes : 이 글을 쓸 당시에는 아마도 상당히 컨디션이 좋았던것 같습니다. 의외로 마음에 드는 문장들이 몇개 있는...
[뱀파이어 연대기] Never Mind
"제발, 루이스. 부탁이네."
"미안하지만 그 부탁은 들어줄 수가 없네, 레스타."
"내가 왜 이러겠나? 다 자넬 위해서네. 자네가 걱정되어서 이러는 거라구.
"쓸데없는 걱정이야. 자네가 그런 일로 신경 쓸 필요는 없네."
나는 일전에 내가 직접 가져다 놓은 의자에 -이곳에서 근사하다고 할 만한 물건은 이것뿐이었다- 앉아서 나의 오랜 연인에게 애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또 다른 디킨스의 작품을 읽느라 내 쪽으로는 전혀 시선을 주지 않았다. 나는 그가 이토록 디킨스의 작품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우리와 동시대에 잠깐이나마 살았던 작가였을뿐 내게는 일말의 흥미따위 가져다주지 않았다. 지금 내 온 신경을 끌고 있는 것은 얼마 전 집회에서 만난 다니엘이 전해준 소식이었다.
나는 한동안 내 나름대로의 집필에 정신이 팔려서 다른 일에 주의를 기울일 틈이 없었다. 그래서 최근 이유도 모르게 죽은 뱀파이어들이 늘고 있다는 것도 알 지 못했다. 사실 뱀파이어 몇 명이 죽었다고 해서 놀라운 것은 아니다. 나는 우리 종족들 간의 일보다는 인간들에게 더 관심이 많으니까 말이다. 다니엘은 일찌감치 나의 이런 성향을 눈치챘지만 이번 일은 그냥 무시하고 지나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루이스! 자네도 소문을 들었지 않나! 요새 이 부근의 우리 종족들이 살해당하고 있단 말일세!
"무슨 뜻인지 이해하네. 하지만 자네가 걱정하는 만큼 나는 내 신변에 위험을 느끼지 않는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군."
"하! 이런 외진 오두막에 산다고 해서 자네가 안전하리라 생각하는 건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이곳의 구조는 이미 오래전에 파악했지만 이번에는 좀 더 경멸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쓰레기. 사방이 쓰레기로 가득했다. 집안을 꾸미려고 시도한 흔적은 없었다. 이전에 우리들이 살던 곳은 이렇지 않았다. 루이스는 저택에 살면서도 자신이 얼마나 축복받은 삶을 살고 있는지 깨닫지 못했다. 단지 자신이 집안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죄라고 생각했으니까.
"난 그다지 외출이 잦은 편이 아니라네. 그 누군가가 날 미행할 가능성은 별로 없지."
"자넨 어쩜 이렇게 태평할 수가 있나!"
루이스가 두꺼운 책장을 덮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그라도 내가 옆에서 이렇게 큰소리로 지껄이는건 참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독서를 중단시켰다는 사실에 나는 작은 희열을 느꼈지만 곧 지금 나를 이곳에 오게 한 이유가 떠올랐다. 그러자 루이스의 이런 미적지근한 태도에 더욱 화가 났다.
"살인범의 정체는 물론이거니와 놈의 범행동기도 알 수가 없네. 만약 그 자가 노리는게 자네라면 어떡하나? 세상에, 루이스...자네가 그 우스꽝스러운 책만 내지 않았다면......"
다분히 망상과 오해로 채워져 있는 그런 책 때문에 그의 목숨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이 어처구니없었다. 루이스는 잠시 아무 말도 없이 생각하고 있는 듯 한 모습이었다. 긴 속눈썹이 그의 창백한 얼굴위에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 분명 뱀파이어와의 인터뷰가 어느 정도 동기를 부여했다는 것은 인정하네. 하지만 그건 이미 오래전 일이야. 내 말은 인간들 시간으로 말이네. 어쨌든 자네의 방식대로 추리해 보자면 놈은 얼굴도 모르는 내가 아니라 자네를 노리겠지, 록스타 양반."
"순진한 소리는 그만하게, 루이스. 대체 어떤 놈이 날 노리겠단 말인가? 그거야말로 명을 재촉하는 일이지."
하지만 나는 그의 초록색 두 눈을 마주할 수 없어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뱀파이어 레스타가 이끌던 밴드는 충분히 만족을 주었다. 이제 그 시절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몸을 돌려 천천히 다가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루이스, 내 말 들어보게. 자네가 뱀파이어의 힘을 두려워한다는 건 알아. 나도 가끔 내 자신의 힘이 두렵다네. 지금 나는 이렇게 강해졌지만......자네에게 내 피를 나눠 줄때는 그렇지 못했어."
그에게 나의 나약함을 고백하기란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그를 설득할 수만 있다면 이 정도의 자기희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금 내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가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그 당시 자네의 힘만으로도 충분해, 레스타."
그는 한순간 겁을 먹은 얼굴이었다가 이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래, 자네에게 있어서 뱀파이어의 힘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네. 그렇기 때문에 자네다운 거겠지, 아름다운 친구."
그를 보고 있으면 인간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때도 있다. 뱀파이어의 피조차 그의 성질을 바꿔놓지 못했다. 그는 마치 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존재인 것 같았다. 뱀파이어의 사랑을 받는 인간들이 주로 그러했다.
"알고 있나, 루이스? 우리들 중에 자네가 가장 약하다는 걸. 우리 종족이 된지 얼마 안 된 다니엘보다도 말일세."
나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슬픈 음색이었다. 일부러 꾸민 것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딘가에 우리도 모르는 나이 많은 뱀파이어가 있을 수도 있네. 어쨌든 세상은 넓으니까. 그런 자가 힘이 약한 우리 종족들을 죽이고 다닐 가능성이 높아. 예전에 아르망이 그랬던 것처럼 말일세."
저주받은 자들의 여왕, 아름답고 잔혹했던 그녀가 눈을 떴을 때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종족들이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던가. 또 우리가 마하렛이나 마리우스처럼 전설속에 나올 법한 자들을 보았을 때 느끼는 공포란 어떠한가. 그들은 너무도 쉽게 약한 자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다.
"루이스, 만약 그런 자와 대면했을 때 자네에겐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없네."
나는 아카샤의 앞에서 용기있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던 그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를 죽이겠노라고 협박하던 그녀의 압도적인 힘도.
"자네를 위험에 처하게 놔둘 수 없어. 누구도 자네를 해치게 할 수는 없네."
나의 이기심 때문에 이미 어린 한 생명을 우리 종족으로 끌어들이지 않았나. 그녀는 나에게 죄에 대한 복수를 했다. 그리고 내가 그녀를 지켜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을 때 그만 태양빛 아래에서 그 아름답던 모습속에서 재로 변해버렸다.
루이스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비가 내리고 있었다. 곧 아침이 될 것이다. 그에게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침 이슬을 맞아 본 적이 대체 언제였을까? 나는 루이스의 검은 머리카락이 아침 이슬에 촉촉해진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레스타,"
그는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내가 거절하더라도 자네가 너무 화내지 않았으면 좋겠네."
"루이스,"
"자네의 피는 선물이었어. 하지만 나에게 그 선물은 한번이면 족하다네."
나는 자네와 같은 괴물이 되고 싶지 않아. 나에게는 루이스의 대답이 그렇게 들렸다. 우리들은 부모와 자식 관계이기 때문에 서로의 생각을 읽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나는 그의 생각을 혐오하면서도 동시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네의 그 고집을 누가 꺾겠나? 지금 자네는 마치 200년 전에 뱀파이어가 되길 거부하던 때랑 똑같군. 자네를 찾아 쥐들의 시체를 따라갔던 게 생각나."
그 때의 일이 끔찍한 추억인 것 마냥 나는 일부러 짓궂은 어투로 말했다. 왜냐하면 그도 그 일을 부끄러워하기 때문이었다. 그를 놀리는 것이 내 즐거움이기도 하고 말이다. 나는 의자위에 올려두었던 외투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문을 향해 느릿느릿 걸어갔다. 그의 시선이 내 움직임을 쫓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알아두게, 루이스. 나는 자네를 존중해주고 있다는 걸. 억지로 자네에게 내 힘을 줄 수도 있었지만 참는 거네."
나는 내가 만든 아이들과 동등한 위치를 두고 있었지만 막상 그들이 내 말대로 따라주지 않을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다. 나는 그들에게 선택권을 주었건만 어째서 다들 날 거부하는 거지? 때로는 내가 그들은 너무 사랑하고 있는게 아닐까 고민되기도 했다.
“조심해서 가게, 레스타.”
막 문을 나서려던 나는 그의 말에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고개를 작게 흔들고는 루이스를 바라보았다.
“역시 자넨 내가 지금까지 한 얘기를 제대로 듣지 않았군. 조심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바로 자네인데 말이야.”
나는 실컷 그를 비웃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돌덩이를 던져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잔잔한 수면과도 같았다. 그리고 무섭도록 정곡을 찌르는 재주를 가졌다. 그 어떤 나이 많은 뱀파이어라도 이런 능력은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루이스만의 능력이었다.
“하지만 늘 말썽을 일으키는건 자네이지 않나.”
END




아앗~!! 너무 재밌어어어어어~!! 슝 최고최고~
말썽쟁이 왕자님과, 고집쟁이 루이스는 최고의 한쌍이지. 그렇고 말고. 음하하;;
팬픽 너무 재밌다아아~ 자주 자주 써주세요~ ;ㅅ;(아르망 재주문했는데 한달지나도 안온다아..orz)
연대기 팬픽은 쌀여사 문체(정확히는 혜림씨의 문체일까)만 흉내내면 되는거라 쉬울때도 있어.
내가 써먹는 소재나 패턴은 늘 비슷해서 자주 자주 쓰기가 좀 뭐하더라구~;;;
아르망은 역시 일본판 문고겠지? 너무 오래지났는데 한번 연락해 봐봐~무섭다~;ㅁ;
뱀파이어 연대기를 비롯 앤 라이스의 소설들을 번역했던 김혜림 선생님한테 중학교 시절 영어를 배웠어요. 그나저나... 뱀파이어 연대기에 나온 판도라를 영화에서는 클로디아 블랙(SG-1의 발라)가 연기했더군요. 원작 속의 판도라와는 영 이미지가 겹치지 않는 듯하지만 나름 어울린다는.
어머, 정말이요!? 김혜림님의 수제자이셨군요~! 선생님일 때의 혜림님은 어땠을까 궁금합니다~! >ㅅ< 음, 저주받은 자들의 여왕 영화판의 캐스팅은 솔직히 불만이 많지만 말씀하신대로 클로디아 블랙=판도라는 나름 어울려요~
김혜림 선생님한테 배운 것이 1992년도였으니까 참 오래전이지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할 만큼 인상적인 분이었죠. 유머감각도 많고 좀 시대를 앞서가는 분이었다고 할까요. 지금 생각하면 Sex and the City에 나오는 캐리 브래드쇼와 비슷한 면이 있는 듯(패션감각은 아니었지만요).
보통 학교 선생님들(특히 중고교)은 답답한 면이 있는 편인데 정말 혜림님은 시대를 앞서가는 분이셨군요~! 그런 분한테 영어를 배웠다면 좀 더 일찍 영어에 흥미를 가졌을거 같아요~